한겨레 교육문화센터
백승재 시나리오 수업 첫번째 과제가 나를 열광하게 한 영화 줄거리 쓰기인데
감상까지 쓰려다 글이 깔끔하지 못해서 그냥 여기다만 남긴다.
줄거리
남자는 강가 철교에서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진다.
“나 다시 돌아갈래!”
남자의 마지막 절규는 마법의 주문이 되어, 거꾸로가는 기차에 그를 태우곤, 지나온 시간을 여행한다.
그리고 그 기억의 끝에서 가장 순수했던 자신을 발견한다.
감상
같은 이야기를 만약 시간순서대로 그렸다면 어땠을까요?
관객은 영화를 보는동안 영호(설경구 분)의 꼬여가는 인생을보며 허무함과 무기력함이 차곡차곡 쌓여갔겠지요.
그 나름대로 어떤 카타르시스를 주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호와 같은 어느 특정사건(5/18작전투입)을 경험 한 몇몇 관객들에게 위로가 되었을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이 영화는 일반적인 서사구조를 따르지않고 어떻게 영호가 파멸에 이르렀는지에대해 거꾸로 하나하나 끈질기게 추적합니다.
그 끝에는 영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사건(5/18)이 있습니다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영호의 가장 때묻지않은 모습까지 돌아갑니다.
영화의 첫 시퀀스에서 미래의 자신이 몸을 던졌던 바로 그 철교 아래 누워 달리는 기차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립니다.
이 대단히 우연하고도 초현실적인 장면에서 많은 관객들도 함께 눈물 흘렸으리라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서사구조를 파괴하고 시간을 역행하거나 뒤죽박죽 섞어놓은 영화는 <펄프픽션>, <메멘토>이후로 많습니다.
이러한구조로 잘 짜여진 영화는 관객에게 호기심과 서스펜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박하사탕>에서 시간역행구조를 통해 감독이 의도하는바는 다릅니다.
이로써 영화를 본 관객이 단순히 '5/18로 파괴된 주인공에 대한 연민’만을 느끼고 끝나지 않는것이지요.
감독이 시간역행을 통해 관객에게 보내는 것은 다름아닌 ‘위로’입니다.
시대에 의해, 타인에 의해 상처받고 괴물(또는 어른)이 된 우리 모두를 위로 합니다.
영화에서 박하사탕이 상징하는바와같이 모든 사람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박하사탕이 있겠지요.
그것이 군홧발에 짓밟혀지기도하고 한동안 잊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조금은 아무도 모르는 유리병안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것마저 잃어버리거나 파괴되는 순간, 삶은 공허하고 무의미해질지 모릅니다.
<박하사탕>을 통해 혼자 감춰두어 때묻지 않은 하얀 박하사탕을 꺼내어 볼수 있었습니다.